사진=핀테크 지원센터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KB금융연수원. 27개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1박 2일간 핀테크 협력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 은행장들과 카드사 사장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취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다. 소통을 통해 성공적인 핀테크 '작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임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정부는 핀테크 중매쟁이, 작품 만들어 달라"

9월 10일과 11일 이틀간 경기도 고양시 KB금융연수원에서 '핀테크 1박2일'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 왼쪽 7번째부터 임종룡 금융위언장,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 윤종규 KB금융회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김주하 NH농협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핀테크 지원센터

지난 3월 취임 후 은행장들을 첫 공식 초청한 임 위원장은 "앞으로 제가 소집해 (은행장들을) 모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핀테크라는 결코 피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선도해야 하는 길을 걸어야 하는 동반자로서 (금융과 핀테크 기업이) 서로 알고 이해하자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할 일은 핀테크 중매쟁이로써 금융과 핀테크 기업이 서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여러분이 작품을 만들고 함께 이뤄야 한다"며 "비록 다른 나라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우리가 이룬 산업화의 기적이 핀테크에서도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행장들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김주하 NH농협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종규 회장은 "금융은 핀테크의 유저(사용자)이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각 은행들이 분야를 차별화해 나가면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행장도 "금융과 핀테크 기업의 아이디어를 합작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각별한 관심 가지고 지원을 잘 하고, 접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멘토링' 금융사-핀테크 기업, 상품 공동출시 본격화

정부는 핀테크 사업 활성화를 금융부분 개혁과제로 정하고, 올 3월 경기도 판교에 핀테크 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곳을 방문한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사와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4차례의 데모데이(Demo-day)를 진행했다.

데모데이를 통해 금융사와 손잡은 핀테크 기업들은 주로 비대면 인증, 간편결제, 앱카드 등 모바일 기반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들로 현재 상품 공동출시를 준비하는 단계까지 관계가 무르익었다.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자동으로 아파트 관리비가 차감되는 플랫폼을 만든 '모비틀'과 멘토링을 맺은 KB국민은행은 이번 달 MOU(양해각서)를 맺고, 이르면 11월 자동이체 서비스를 연계한 합작 카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안면인식 자동화기기(ATM)를 개발한 파이브지티와 손잡았다. 이미 일부 PB(개인자산관리)센터에서 안면인식 출입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며, 연내 전국 PB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내년 1분기까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신용평가 모델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모바일 서비스에 최적화된 카드사들도 핀테크 업체들과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카드와 아이비솔루션즈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아이비솔루션즈가 제공하는 앱카드는 불루투스 통신이 지원되는 결제단말기를 통해 매장에서 앱카드를 자동으로 실행한다. 바코드를 선택하고 스캔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기존 앱카드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서비스다.

고강신 신한카드 핀테크비즈니스팀 부장은 "오는 11월까지 양사 간 호환이 되는 시스템을 개발해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한 뒤 늦어도 12월에는 결제가맹점을 확보해 서비스를 출시하는 단계를 밟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솔루션을 활용한 서비스로 온전히 출시되기에 앞서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법적 이슈는 풀고 가야할 과제다.

금융사기방지 솔루션 업체 '더치트'를 멘토링하는 우리은행은 관련 솔루션을 도입하기 전에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최종 법률 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사기방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개인신용정보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 규정 체계를 정비하고 금융정보를 통합신용정보기관에 전부 모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